감사예찬 / 이해인 감사 예찬 이해인 감사만이 꽃길입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걸어가는 향기 나는 길입니다 감사만이 보석입니다 슬프고 힘들 때도 감사할 수 있으면 삶은 어느 순간 보석으로 빛납니다 감사만이 기도입니다 기도 한 줄 외우지 못해도 그저 고맙다 고맙다 되풀이하다 보면 어느 날 삶 자체.. 간직하고 싶은 시.. 2015.03.15
설일 / 김남조 설일 (雪日)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 간직하고 싶은 시.. 2015.03.15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 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간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 하고 웃는 자는 또 .. 간직하고 싶은 시.. 2015.02.08
가을 엽서 / 안도현 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 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간직하고 싶은 시.. 2011.11.08
얼굴 / 박인환 얼굴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산들 무엇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불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 하나 사랑하기 전부터 기다림을 배운 습성으로 인해 온밤 내 비가 내리고 ..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8.23
奉別蘇判書世讓(봉별소판서세양) / 황진이 이별 없는 사랑이 없다지만, 잦은 이별은 그녀의 마음을 멍들게 했을까. 소세양과의 30일간의 사랑은 참으로 애틋하다. 황진이와 사랑을 나눈 소세양은 중종 4년에 등과하여 시문에 능했고, 벼슬이 대제학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소세양은 젊어서부터 여색을 밝혔다고 전한다. 송도의 명..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7.29
늘, 혹은.. / 조병화 늘, 혹은.. /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7.26
작은 기쁨 / 이해인 작은 기쁨 / 이해인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면 작은 기쁨을 부르고 밤에 눈을 감으며 작은 기쁨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보니 작은 기쁨들은 이제 큰 빛이 되어 나의 내면을 밝히고 커다란 강물이 되어 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 동안 작은 기쁨이 지어준 비단 옷..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7.26
오래된 사과 / 박효석 오래된 사과 박효석 사과가 오래되니 어머니의 얼굴 손등과 같이 쭈글쭈글 주름이 졌다 검은 버섯이 생기기도 하고 군데군데 짓무른 것이 꼭 어머니와 같다 짓무른곳을 도려내며 남아있는 살을 먹다가 마치 어머니의 남은 生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먹고 있던 사과를 그만 놓아 버렸다..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7.10
다리 / 김선진 다 리 / 김선진 가장 건너기 힘든 건 이 산과 저 산을 잇는 구름다리도 아니요, 이 쪽 강과 저 쪽 강을 접붙이는 나룻배도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천근 같은 마음의 다리.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