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이기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릴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2.19
지상의 끼니 / 이기철 지상의 끼니 이기철 종일 땀흘리고 돌아와 바라보는 식탁 위 밥 한 그릇 나를 따라오느라 고생한 신발, 올이 닳은 양말 불빛 아래 보이는 저 거룩한 것들 한 종지의 간장, 한 접시의 시금치 무침 한 컵의 물, 한 대접의 콩나물국 부딪치면 소리내는 한 쟁반의 멸치볶음 저것들이 내 하루를 ..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2.19
또 다른 세상 / 유재영 또 다른 세상 / 유재영 말간 귀를 세운 은사시나무가 비발디를 듣고 있다 야윈 바람은 가볍게 가볍게 발을 헛딛고 방금 숲에서 달려나온 찌르레기 울음소리가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고 있다 얼마를 버리고 나면 저리도 환해지는 것일까 오늘도, 나뭇잎에는 나뭇잎 크기의 햇살이 얹혀 있고 ..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2.12
하늘의 그물 / 정호승 하늘의 그물 정호승 하늘의 그물은 성글지만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다만 가을밤에 보름달 뜨면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기러기들만 하나 둘 떼지어 빠져나갑니다. 이 시에 나오는 '하늘의 그물' 이미지는 『老子』 73장의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이라는 구절에서 왔..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2.12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곽재구 시인 1954년 광주 출생으로 "사평역에서"로 등단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순천대 문예창작과에 재직 중 고통 받는 민중의 삶을 서정적으로 승화 시켰으며 학계에서는 섬진강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음 한 때 섬진강 하구에 움막을 짖고 기거 하면서 창작 활동을 했을 정도로 섬진강을 ..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1.17
사랑 / 한용운 사랑 / 한 용 운 봄 물보다 깊으니라 가을 산보다 높으니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 말하리...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1.07
설일(雪日)/ 김남조 설일(雪日)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1.05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 김남조 -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1.05
편지 / 김남조 편 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간직하고 싶은 시.. 201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