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 싶은 시..

11월의 노래 / 김용택

나의 정원 2010. 11. 19. 17:24

 

 

 

 

 

 

11월의 노래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가고..

당신이 그리워서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 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이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못할 세상의 외롬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않고 김납니다.

 

 


 

 

 

 

 

 

김용택

시인, 초등학교 교사
1948년 전라북도 임실 출생
순창 농림고등학교 졸업
1982년 『21인 신작 시집』에 <꺼지지 않은 횃불>,
<섬진강·1> 등을 발표하여 등단
1986년 제6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그리운 꽃편지』(1989),
『그대, 거침 없는 사랑』(1994),

『강 같은 세월』(1995)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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