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
1954년 충북 청주 출생
충북대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 시 '고두미마을에서' 로 데뷔
2009년 시 〈바이올린 켜는 여자〉로 제22회 정지용 문학상수상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접시꽃 당신》,《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산문집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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