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 싶은 시..

담쟁이 / 도종환

나의 정원 2010. 11. 6. 19:41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

1954년 충북 청주 출생

충북대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 시 '고두미마을에서' 로 데뷔

1990년 제8회 신동엽창작기금을 수상.

2009년 시 〈바이올린 켜는 여자〉로 제22회 정지용 문학상수상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접시꽃 당신》,《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산문집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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