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기도
박소향
가지가 나뭇잎을 비우듯 나도
조용히 비워지고 싶다.
바람 스산히 지나가는 거리마다
혼자 묻힌 고독에도 너무 황홀한
장미빛 낙엽이고 싶다.
구름도 때로 비되어 내리고
기다린 한 철 눈 되어 내리는데
무거운 어둠 쏟아놓지 못한 가슴으론
침묵의 무게만으로도 벅찬것을
아 그래서 11월에는
마른잎이 되어도
화려한 너처럼 비워지고 싶다.
하나씩 가벼워지고
한가지씩 비워져서
누군가 마음 열 때 편히 담을 수 있도록
안녕을 고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처럼
새하얀 작별의 날에도
기도의 몸 짓 멈추지 않는
마른 나뭇잎이고 싶다.
'간직하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리 / 한옥순 (0) | 2010.11.07 |
---|---|
담쟁이 / 도종환 (0) | 2010.11.06 |
11월의 시 / 이외수 (0) | 2010.11.01 |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0) | 2010.10.11 |
10월 / 오세영 (0) | 2010.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