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 싶은 시..

11월의 기도 / 박소향

나의 정원 2010. 11. 1. 16:07

 

 

 

 

 

 

11월의 기도

 

                                           박소향


가지가 나뭇잎을 비우듯 나도

 조용히 비워지고 싶다.
바람 스산히 지나가는 거리마다
혼자 묻힌 고독에도 너무 황홀한
장미빛 낙엽이고 싶다.

구름도 때로 비되어 내리고 

 기다린 한 철 눈 되어 내리는데
무거운 어둠 쏟아놓지 못한 가슴으론
침묵의 무게만으로도 벅찬것을

아 그래서 11월에는
마른잎이 되어도

 화려한 너처럼 비워지고 싶다.

하나씩 가벼워지고
한가지씩 비워져서
누군가 마음 열 때 편히 담을 수 있도록

안녕을 고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처럼
새하얀 작별의 날에도 

기도의 몸 짓 멈추지 않는
마른 나뭇잎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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