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 싶은 시..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이기철

나의 정원 2011. 2. 19. 12:31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릴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면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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