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 싶은 시..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

나의 정원 2015. 10. 5. 09:23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이해인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
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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