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오세영 ( 吳世榮 )
대학 교수, 시인
1965년 현대문학에 '새벽' 1966년 '꽃 외'가 추천,
1968년 '잠깨는 추상'이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 무명 연시'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등 수상
서울대 교수를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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