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 싶은 시..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

나의 정원 2010. 6. 15. 19:56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

 

 

 

멀리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을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咸錫憲 1901.3.13~ 1989.2.4)    

평북 용천 출생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종교인, 언론인, 출판인이며 기독교운동가, 시민사회운동가였다.

          광복 이후에는 비폭력 인권 운동을 전개한 민권 운동가이자 언론인, 재야 운동가, 문필가이다.

          그의 종교개신교 종파인 퀘이커이다.

 

주요 저서 :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 역사, 뜻으로 본 한국역사, 역사와 민족(1964)

                 한국 기독교는 무엇을 하려는가?(1984)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