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남는글..

삶의 아름다운 빛깔

나의 정원 2010. 8. 27. 11:24

 

 
   삶의 아름다운 빛깔
 
내 짝꿍 크레파스는 36색이었습니다. 
크레파스 통도 아주 멋졌습니다. 
손잡이가 달려 있는 가방을 펼치면 
양쪽으로 나뉜 플라스틱 집에 
36개의 가지각색의 크레파스들이 
서로 빛깔을 뽐내며 들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금색, 은색도 있었습니다. 
내 크레파스는 8색이었습니다. 
조그마한 직사각형의 종이 상자에 
골판지 이불을 덮고 
옹기종기 누워 있는 내 크레파스... 
짝꿍이 36가지의 색 중 
어떤 색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난 8가지 색을 골고루 색칠하고도 
비어 있는 도화지를 놓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내 그림에도 
빛나는 황금색을 칠한다면 정말이지 
금빛 은빛 세상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 날은 엄마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난 짝꿍처럼 엄마 손에 
금반지를 그려 드리지는 못할지라도 
엄마가 제일 좋아하시는 
보라빛의 블라우스를 입혀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이 파란색으로 
엄마의 블라우스를 칠했습니다. 
엄마는 너무 추워 보였습니다. 
다시 따뜻해 보이는 빨간색으로 
그 위를 덮었습니다. 
그 순간.... 
블라우스는 보라빛으로 변해 있었고 
엄마는 눈부시게 웃고 있었습니다. 
너무 신기 했습니다. 
빨간색과 노란색을 섞어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주황색 감도 그릴수 있었고 
초록색과 노란색으로는 
파릇파릇 연두빛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는 
짝꿍의 크레파스가, 
금색, 은색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나에게는 
요술쟁이 크레파스가 있었으니까요.
그 날  난 
못나게만 보였던 내 8색 크레파스를 통해서 
소중한 삶의 비밀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지금 내 삶에도 
화려한 빛깔의 많은 크레파스는 없습니다. 
물론 금색, 은색도 없습니다. 
하지만 내게 있는 자그마한 빛깔로 
소박하지만 따사로운 색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난,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빛깔로 
삶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