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 싶은 시..

민지의 꽃 / 정희성

나의 정원 2009. 9. 17. 10:06

 

 

   

 

 

   민지의 꽃            

                                       - 정희성 -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 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