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은 눈물속으로
- 이외수 -
흐린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 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때의 순수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속으로..
더 깊은 눈물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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