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 싶은 시..

17년만의 여름 / 이수익

나의 정원 2010. 8. 9. 12:12

 

                

             

                    17년만의 여름 / 이수익

 

 

이 여름을
한 번 울기 위하여
매미 유충은 땅 속에서
17년 간의 세월을 보낸다고 했다.

깜깜한 지옥 어둠과 고독을 이겨내며
한철을 위한 준비가
기도처럼 오래오래 이루어졌으리.

지금
한여름 불볕 뜨겁게 내리쬐는 한낮
거리의 가로수에 매달려
매미는 17년 동안 숙성시킨 침묵의 향기를
저 쨍쨍한 울음소리로 토해내고 있다.

여름 지나면
목숨도 그칠,
짧은 생의 핏빛 절창(絶唱)이
8월 염천(炎天)을 건너고 있다.

 

 

 

 

 

이수익(李秀翼, 1942 ~ )

시인

경남 함안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과를 졸업

196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현대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정지용문학상

 2001년 한국시인협회상, 2007년 공초문학상 수상

시집 《고별》,《우울한 샹송》,《슬픔의 핵》,《그리고 너를 위하여》,《아득한 봄》등..